광장시장 역사 : '광장’ 유래 ‘넓은 장소’가 아니었을까?

서울 한복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광장시장.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넓은 장소"를 뜻하는 광장(廣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 뜻일까요?
놀랍게도 ‘광장시장(廣藏市場)’의 이름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 조선의 거리와 저항의 역사까지 품고 있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광장’이라는 이름이 새롭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 ‘광장(廣藏)’은 단순히 넓은 장소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장시장'의 '광장'이 ‘넓은 장소(廣場, square)’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 이름은 ‘廣藏(광장)’으로, 넓을 광(廣)과 감출 장(藏), 또는 창고 장(藏)을 씁니다.
이는 오늘날 ‘플라자(plaza)’와는 완전히 다른 뿌리를 갖습니다.

이 이름은 단지 뜻을 따서 지은 것이 아니라, 서울 도심의 지리적 위치를 정확히 반영한 것입니다.
즉, 이 시장은 조선시대 두 개의 유명한 다리 사이에 위치했죠.

 

🏛️ 광장시장 탄생 배경 

광장시장의 역사는 구한말, 외세의 경제 침탈이 극심했던 1900년대 초반에 시작됩니다. 

배경: 1904년, 일본은 화폐정리사업과 같은 경제 침략 정책을 통해 남대문시장을 비롯한 조선의 주요 상권을 장악해 나갔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 상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며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설립 주체: 이러한 위기 상황에 맞서기 위해, 박승직(두산그룹 창업주), 김종한, 장두현 등 당시의 대상인들과 조선 상인들이 힘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자본금 7만 8천 원을 모아 1905년 7월 '광장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는 순수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의 시장이었습니다.

 

설립 목적: 광장주식회사의 설립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일본 상인들의 상권 침탈에 맞서 조선 상인들의 구심점을 만들고, 나아가 국권을 지키려는 경제적 독립운동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로써 광장시장은 1905년,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 명칭의 유래 

광장시장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초기 구상: 처음에는 청계천의 **광교(廣橋, 너른 다리)**와 장교(長橋, 긴 다리) 사이에 시장을 지으려 했기 때문에, 두 다리의 첫 글자를 따서 '광장(廣長)'시장이라고 이름 지으려 했습니다.

 

현재의 의미: 하지만 당시의 토목 기술로는 청계천 복개가 어려워, 현재의 위치인 배오개(이현) 시장 터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이름의 발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널리 모아 간직한다'는 의미의 **광장(廣藏)**이라는 새로운 한자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 이름에 담긴 공간, 역사, 정체성

 

 

 역사적 변천과정 

초창기 (1900년대): 가평, 뚝섬 등에서 들어오는 농수산물과 신탄(땔감) 등을 주로 거래하는 시장이었습니다.

발전기 (1960~70년대):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었던 시장을 재건한 후, 한복, 포목, 직물 등 의류 원단과 혼수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장으로 크게 번성하며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변화와 현재 (2000년대 이후): 1990년대 말부터 의류 시장이 다소 위축되었으나, 2005년 청계천 복원 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빈대떡, 마약김밥, 육회 등 특색 있는 먹거리가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전국의 미식가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즐겨 찾는 글로벌 먹거리 명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광장시장은 일제의 경제 침탈에 맞선 우리 상인들의 자주적인 노력으로 탄생한 역사적 산물입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바꾸면서도,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품은 채 서울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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