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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History

치악산 이야기: 꿩의 보은 설화와 산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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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 솟아있는 치악산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깊은 역사, 그리고 전설을 품고 있는 명산이다. 특히 **'꿩의 보은 설화'**는 치악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하며, 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이야기다.

 

 

 

1. 치악산 이름의 유래: 꿩의 보은 설화

치악산은 원래 **'적악산(赤岳山)'**이라 불렸다.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어 산 전체가 붉은빛을 띠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치악산(雉岳山)'이라는 이름은 **'꿩 치(雉)'**자를 사용하는데, 이는 바로 '꿩의 보은 설화'에서 유래했다.

(1) 설화의 내용

옛날,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던 한 젊은 선비(혹은 나그네)가 강원도 적악산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깊은 산속에서 갑자기 꿩의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선비가 주위를 살펴보니,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꿩 한 마리와 새끼 꿩 세 마리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선비는 불쌍한 마음에 활을 꺼내 구렁이를 쏘아 죽이고 꿩 가족을 구해 주었다.

 

날이 저물어 산속에서 길을 잃은 선비는 멀리서 불빛을 발견하고 찾아갔다. 그곳에는 허름한 오두막이 있었고, 젊은 여인이 선비를 맞아주었다. 피곤했던 선비는 잠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갑자기 숨이 막혀 눈을 떠보니, 낮에 자신이 쏘아 죽인 구렁이의 아내인 거대한 구렁이가 선비의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구렁이는 "네가 내 남편을 죽였으니 나도 너의 목숨을 빼앗아야겠다. 단, 새벽닭이 울기 전 저 절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면 너를 살려주겠다"라고 말했다. 선비는 사방에 인기척 없는 빈 절에서 종이 울릴 리 없다고 절망했다.

 

바로 그때, 빈 절의 종각에서 "뎅- 뎅- 뎅-" 하고 종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종소리에 놀란 구렁이는 선비의 몸에서 스르르 풀려나 어디론가 사라졌다(혹은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날이 밝자 선비는 종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종각 아래에는 머리가 깨져 죽어 있는 꿩 세 마리가 있었다. 선비는 낮에 자신이 살려준 꿩들이 은혜를 갚기 위해 온몸으로 종을 들이받아 종을 울리고 죽었음을 깨달았다. (혹은 어미 꿩과 새끼 꿩 세 마리 중 어미 꿩만 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2) 지명의 변화

이후 선비는 과거 시험을 포기하고, 꿩들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그 자리에 절을 짓고 꿩들의 명복을 빌며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이 절이 바로 지금의 **상원사(上院寺)**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꿩이 죽음으로 은혜를 갚은 산이라 하여, 원래 '적악산'이라 불리던 산의 이름을 **'치악산(雉岳山)'**으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2. 치악산의 주요 명소와 특징

치악산은 웅장한 산세와 깊은 계곡,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다. 주봉인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향로봉, 매화산, 삼봉 등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이어진다.

  • 구룡사(龜龍寺): 치악산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천년고찰로,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원래는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에 절을 세웠다고 하여 '구룡사(九龍寺)'였으나, 조선 중기 이후 '거북 구(龜)'자를 써서 '구룡사(龜龍寺)'로 바뀌었다.
  • 상원사(上院寺): 꿩의 보은 설화가 전해지는 사찰로, 치악산 등반 코스 중간에 위치한다. 상원사의 동종은 설화 속 '꿩의 보은'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이다.
  • 비로봉 석탑: 치악산 비로봉 정상에는 세 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 등산 코스: 치악산은 경사가 험준하고 난이도가 높은 코스가 많아 '악(岳)' 자가 붙은 산답게 등산객들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구룡사에서 세렴폭포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산책 코스도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3. 마무리하며: 치악산에 깃든 교훈

치악산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은혜를 갚는다'는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산의 이름 자체가 희생과 보은의 정신을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원주를 방문한다면 치악산에 올라 그 웅장함을 느끼고, 꿩의 보은 설화를 떠올리며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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