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바삭하게 부쳐낸 빈대떡 한 장에 막걸리 한 잔. 이보다 더한 궁합이 있을까?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빈대떡’이라는 이름에 왜 하필 ‘빈대’(bedbug)가 들어갔을까? 혹시 그 벌레와 관계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전혀 다른 유래가 있다. 빈대떡은 조선의 시장과 서민의 삶 속에서 탄생한 서민 음식의 상징이었다.
🍽 가난한 사람의 떡
빈대떡의 ‘빈대’는 벌레가 아닌, ‘가난할 빈(貧)’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선 후기, 쌀이 귀했던 시절. 백성들은 영양을 대신할 저렴한 재료로 녹두(mung bean)를 선택했다. 녹두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해 밥을 대신할 수 있었다.
이 녹두를 곱게 갈고, 김치, 숙주, 파 등을 넣어 기름에 부쳐낸 음식이 바로 빈대떡이다. ‘떡’이라는 표현은 쪄서 만든 떡이 아닌, 넓적하게 부쳐낸 전(煎, jeon)을 뜻한다. 결국 빈대떡은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떡’이라는 뜻이다.
🍽 시장 속에서 피어난 길거리 음식
당시 한양의 장터, 특히 광통교 근처 시장(현 광장시장)에서는 녹두전이 인기 메뉴였다. 시장에서 바로 갈아 부쳐 파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포장마차에서 지글지글 부쳐지는 냄새는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후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과 도시 하층민들에게 값싸고 간편한 한 끼로 주목받으며 전국으로 퍼졌다. 한편, 어떤 장터에서는 너무 얇게 부쳐 ‘붙자마자 떨어진다’는 농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이는 뒷이야기에 가깝다.
🍽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의 음식들
빈대떡은 서양의 팬케이크(pancake), 인도의 파코라(pakora)와도 흡사하다. 곡물가루나 콩가루 반죽에 채소, 고기를 넣고 기름에 부쳐 먹는 방식이 비슷하다. 하지만 빈대떡은 녹두를 사용하고, 식사 대용이자 술안주로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다르다.
🍽 현대 전통시장의 명물로 자리잡다
오늘날 빈대떡은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 기준, 서울광장시장 방문 외국인의 약 40%가 빈대떡을 체험 음식으로 꼽았다. 또한 '트러플 오일 빈대떡', '채식 빈대떡' 같은 퓨전 메뉴도 등장하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 전통을 맛보고 싶다면?
빈대떡의 진짜 맛을 보고 싶다면, 광장시장으로 가보자. 녹두를 바로 갈아 부치는 방식 그대로, 고소한 빈대떡을 만날 수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 맛. 여기에 막걸리 한 잔까지 더하면, 조선의 거리 한복판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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